EP.1 Dov와 Culsec에서
6월 25일 목요일, 해방촌 culsec에서 Dov(이영훈)님을 만났습니다. 군대에서 만난 Dov님은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현재 개인 앨범을 준비 중입니다. 이날은 피나 콜라다와 진토닉을 마시면서 짧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Dov: 피나 콜라다, 마시다 보니까 적응이 되네
Me: 다행이다. 일은 할만해?
Dov: 일 자체는 쉽지. 근데 이제 회사에서도 내가 평일에 계속 나가잖아. 그러니까 진짜 직원처럼 일을 시키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 전에는 학교랑 같이 다니다 보니까 그냥 시키는 것만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좀 제대로 해야 되는 느낌이지.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기회가 되면 계속 해보려고.
Me: 기회가 되면? 무슨 기회?
Dov: 앨범 제작에 실패하면. 개인 창작이 불가능해지면, 뭐 회사 쪽으로 더 가게 될 수도 있겠지. 근데 교수님도 그렇고 주변에 음악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매달 들어오는 돈의 맛을 보면 쉽지가 않대. 진짜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우리 회사가 공연 조직이니까, 음악이랑 아예 상관없는 건 아니고. 어느 정도 배려도 해주니까 좀 해볼 순 있을 것 같아.
Me: 회사 다니면서 자기 꿈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어?
Dov: 있지. 우리 회사에서 나가신 분들도 다 약간 자기 꿈 찾아서 가셨어. 엄청 오래 다닌 감독님도 계셨는데, 그분이 영화 배우였거든. 오징어 게임에도 나왔어. 막 큰 역할은 아니고 엑스트라 쪽이긴 한데, 어쨌든 계속 배우 활동에 꿈이 있으셨던 분이야. 회사 다니면서도 오디션 보고 다니고 그러다가, 해외 영화 프로젝트가 생겨서 그만두시더라고. 또 나랑 동갑인 분도 있었는데, 그분도 영화과였던 것 같고 결국 그쪽 분야 하러 가셨어. 그런 건 좋은 것 같아. 회사 다니면서도 자기 꿈을 계속 붙잡고 있다가, 기회가 생기면 가는 거니까.
Me: 그러면 지금 형도 약간 그런 상태네. 회사도 다니지만 음악을 완전히 놓은 건 아니고.
Dov: 그렇지. 근데지금은 회사 다니니까 개인 음악을 좀 널널하게 해야겠다, 이런 마음은 아니야. 아직은 “이걸 먼저 해야 된다”는 마음이 있어. 진짜 먼저 해봐야 된다. 지금은 꽉 붙잡고 있는 느낌이지.
Me: 근데 계속 회사 다니다 보면 그게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
Dov: 맞아. 그래서 무섭기도 하지. 회사에서 월급이 계속 들어오면 안정적이잖아.
그러면 창작을 계속 붙잡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 근데 지금은 아직 아니야. 아직은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
Me: 오늘 원래 취지가 앨범 제작 기록용 아카이빙이었잖아. 앨범 얘기도 좀 해보자.
Dov: 그러자. 내가 왜 개인 작업으로 빠지게 됐는지부터 얘기하면, 원래는 성준이랑 같이 하려고 했어. 근데 성준이가 빠지고 나 혼자 하게 된 거지. 어떻게 보면 내가 혼자 고생을 좀 해봐야 한다는 의미도 있었고. 성준이 얘기가 도움이 많이 됐어.
나는 내 개인 음악을 만들어본 적이 없거든. 내가 어떤 장르를 해야 하는지, 어떤 사운드를 내야 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았고. 근데 성준이는 자기가 작업도 해봤고, 좋아하는 장르도 있고, 자기만의 사운드를 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야. 나는 아직 그런 게 없으니까, 개인 음악을 만들어보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느낀 거지.
Me: 그럼 성준이가 “형 개인 음악을 먼저 해봐” 이런 식으로 얘기한 거야?
Dov: 응, 그래서 나도 내 개인 음악을 만들어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거야.
Me: 언제까지 내겠다는 목표가 있어?
Dov: 일단 올해 안으로. 믹스테이프 같은 느낌이어도 괜찮아. 엄청난 완성도가 아니어도,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 정도면 내고 싶어.
Me: 전달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게 뭐야?
Dov: 내가 하려는 음악은 메시지랑 가사 전달이 중요하거든. 막 화려한 밴드 음악이나 일렉트로닉처럼 사운드가 엄청 중요한 장르는 아니라고 생각해. 물론 좋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좋은 엔지니어한테 믹싱 맡기면 좋겠지. 근데 나는 요즘 스탠다드에 맞추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너무 획일적인 사운드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내가 의도한 사운드가 나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전달되면 괜찮아. 누가 들었을 때 상품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고, 좀 부족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일단 내 사운드를 찾아서 던져보고 싶어.
Me: 낯설 수도 있겠네.
Dov: 그치. 근데 낯선 것도 좋다고 생각해. 누군가한테는 부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그냥 툭 던져보고 싶어. 이번에 우희준이라는 아티스트가 한대음에서 신인상을 받았거든. 그 사람 앨범을 들어보면 믹싱이 진짜 안 되어 있는 것처럼 들리는 음악이 있어. 근데 음악하는 사람이 그걸 모르고 낸 건 아닐 거 아니야. 아마 의도한 거겠지. 사람들이 듣기에 불편한 사운드도 있는데, 그래도 그게 먹히는 지점이 있는 거야.
Me: 그러면 이번 앨범은 몇 곡 정도 생각하고 있어?
Dov: 최소 세 곡. 잘 나오면 네 곡, 다섯 곡까지도 하고 싶어. 가사 쓰고, 반주 만들고, 거기서 계속 살 붙여서 내고 싶은 게 올해 목표야. 그렇게 개인 음악을 하다가 내 음악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히면, 성준이랑 다시 작업하고 그런 거지.
Me: 어디까지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Dov: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자기 모습이 있을 거 아니야.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면 당연히 좋겠지. 근데 지금 목표는 막 대중적으로 엄청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매니아층을 만드는 정도야. 내가 하는 음악, 성준이가 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장르 사람들이 그래도 찾아주고 좋아해주면 행복할 것 같아.
Me: 돈을 벌고 싶다는 목표는 없어?
Dov: 당연히 돈 벌어야지. 음악을 계속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음반 팔고, 공연 다니고, 음원 수익이 생기고. 그런 경제적인 순환 사이클을 만들어야 계속 할 수 있는 거잖아. 그게 베스트지. 그게 안 되면 회사 계속 다녀야지.
Me: 올해가 이제 6개월 정도 남았잖아. 지금 어느 정도까지 준비돼 있어?
Dov: 이제 시작이지. 사실 일주일에 곡을 두세 개씩 써도 모자란 상황인데, 내가 그런 트레이닝을 안 했던 것 같아. 나는 하나를 계속 붙잡고 있는 스타일이야. 학교 과제곡 쓸 때도 그랬어. 빨리빨리 쳐내는 게 아니라 될 때까지 계속 붙잡고 있어.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뭔가 물꼬가 트이면 그때 쭉 가는 스타일.
Me: 제일 막히는 게 뭐야?
Dov: 가사야. 가사가 제일 많이 막혀. 어렵기도 한데, 제일 신중해지는 부분이야. 잘 안 나오기도 하고, 정리가 잘 안 돼.
Me: 그럼 한계로 정해놓은 시점 같은 것도 있어? "아, 이제 혼자 하는 건 불가능하다." 같은거
Dov: 올해, 내년까지 이런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 그럴 것 같아.
Me: 생각보다 짧네.
Dov: 내년 지나면 나도 서른이니까. 포기하진 않을 것 같긴 해. 근데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을 것 같아. 지금은 꽉 붙잡고 있거든. 회사를 다니고 있어도 “개인 음악은 여유 있게 해야지”가 아니라, “이건 먼저 해야 돼”라는 마음이야. 근데 서른까지도 개인적으로 만족이 없고, 성장도 없다고 느끼면 회사 쪽으로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음악은 오래 보자 이런 식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